
1.
대니얼 L. 쉑터와 일레인 스케리(<뇌와 기억, 그리고 신념의 형성>)에 의하면, 사람들은 ‘기억’이라는 단어를 스스로 경험한 구체적인 사건이나 정신적 경험에 대해서 사용하며, ‘신념’(belief)은 구체적인 맥락이 없는 과거 혹은 현재의 일반적인 사건에 관한 광범위한 정신적 경험에 사용하지만, 사실성(veridicality)의 여부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경우 이 두 개념은 구분하기 어렵다고 한다. 즉, ‘기억은 발생했던 일에 대한 신념이며 신념은 기억으로부터 구성되고 강화된다’.
오카 마리에 의하면 사건을 진술하는 행위, 즉 사건에 관해 서사를 형성하는 것은 그것이 인간의 기억에 의해 영유될 수 있는 가능성과 사건의 ‘표상불가능한 잉여’, 암흑의 심연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라고 한다(<기억 서사>). 인간은 사건을 영유하는 것이 아니라, 사건에 영유되며 사건에 관한 기억을 서술함으로써 자기만의 사건을 갖는다. 마찬가지로 영화는 이미지와 소리를 통해 사건의 이야기함으로써 사건을 보는 몇 가지의 가능성을 제시한다. 이야기된 것의 이면에는 언제나 이야기되지 않은 것들이 남아 있다. <유레루>는 인간이 신념을 통해 어떤 식으로 기억을 사후적으로 복원하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영화라는 매체가 이미지들을 통해 이야기를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보여준다.
- 인간의 기억과 믿음은 진실일까? <유레루>/ 김지미 씨 글 중에서
2.
그러고 보면, 사람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것은 모두 어찌됐건 기억의 일부 아닌가.
미래라고 꿈꾸는 것들도, 실은 자신의 머리 속에 들어 있는 기억의 단편들의 조합이 아닐까.
유레루- 명백한 하나의 사실에 대해서 사람에 따라서 그 사실도 옳고 그름이 엇갈릴 수 있다.
자기가 받아들이고 싶은대로 세상을 흡수하고 자신만의 세계를 만든다.
그러고 보면 정말 인간이란 존재는 철저히 자기 중심적이다. 무섭도록...
또 인간이란 존재는 참으로 편한 존재다.
자기의 입맛에 맞게 해체하고, 재조립한다.
뭐 그런 투과기가 있다고 해서 나쁘다는 건 아니고.
내 색안경은 어떤 색일까.
내 울타리는 어떤 모양의 틀을 씌우고 있을까.
그러고 보면, 나는 모든 것이 환상인 섬을 내 몸뚱아리로 삼은 것일지도 모르겠다.
환상은, 그것이 발하는 분위기처럼 달콤하지도, 몽롱하지도 않다.
3.
요새 보았던 영화들,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(엑-_-;)- 오늘의 사건 사고(-ㅅ-)- In Her Shoes(^ㅅ-) 중에서
유레루는 예상치 못했던 내용의 영화인데다가, 볼 때는 조금 힘들었지만 두고두고 생각할 꺼리가 많은 영화여서 기억에 많이 남을 것 같다.
위의 리뷰는 씨네 21에 김지미라는 분이 기고한 글 같은데, 어렵지만 재밌는 부분을 담고 있어서 살짝 가져왔다.
오다기리 죠 씨. 다리 참 길더라.
빨간 일자 쫄바지가 그렇게 잘 어울리는 걸 보긴 처음인 거 같다.
이 양반, 인기 있을만 하겠어.



덧글
fuzimiya 2006/12/05 12:08 # 답글
오다기리상 은근 인기 많던걸 ^^ 기억에 대한 글 읽다가 생각났는데, 시미즈 레이코 만화 <비밀> 읽어봤니? 요런 느낌의 꽤 재밌단다- 2권짜린데, 나중에 음양사 줄때 빌려줄게 >ㅅ<